방역당국 역학조사 결과 1·2차 구제역 발생농장에 분뇨·가축 운반차 방문 확인 축산차량이 구제역 확산시켜 “소독 대책 마련해야” 목소리
올봄 경기 김포지역에서 발생한 구제역이 분뇨와 가축 운반차량을 통해 확산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방역당국의 대처가 안이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2017년에 이미 축산차량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전파의 주요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제기됐었기 때문이다.
축산차량은 가축·원유·알·동물약품·사료·가축분뇨 등을 운반하거나 진료·예방접종·인공수정·시료채취·방역 등을 위해 축산시설에 출입하는 차량을 말한다.
방역당국은 최근 정부세종청사에서 역학조사위원회 구제역분과위원회를 개최하고 올해 발생한 구제역에 대한 역학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위는 “구제역 바이러스는 국내 유입 후 농장간 분뇨·가축 운반차량 등을 통해 전파됐다”고 추정했다. 이는 첫 발생농장에 출입한 분뇨 운반차량과 출하차량이 두번째 농장에 다녀간 역학관계를 확인한 데 따른 것이다.
실제로 3월26일 1차 발생농장을 방문한 분뇨 운반차량은 4월1일 2차 발생농장을 찾았고, 이틀 뒤인 3일 2차 발생농장의 제2농장을 방문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3월26일 1차 발생농장에 들렀던 출하차량 역시 4월1일과 3일 2차 발생농장과 그 농장의 제2농장을 각각 방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지난해 AI 등 가축전염병이 발생했을 당시에도 축산차량의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었다는 점이다.
권석창 전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해 2월14일 방역당국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토대로 “외부 바이러스 유입과 긴밀한 연관이 있는 축산차량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었다. 권 전 의원의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7년 1월까지 축산차량으로 등록하지 않았거나 차량무선인식장치(GPS)가 정상 작동하지 않아 적발된 건수는 295건에 이른다.
특히 전체 적발건수의 79.3%인 234건이 최악의 AI가 발생한 2016년 11월부터 2017년 1월말 사이에 적발돼 평소 축산차량에 대한 단속과 관리 등 방역체계가 허술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이번 방역당국의 역학조사 결과는 제대로 소독하지 않은 축산차량이 멋대로 농장에 드나드는 ‘후진적 방역시스템’을 제대로 손보지 않아 구제역 확산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한 방역 전문가는 “이번 결과는 소를 잃고도 외양간을 고치지 않은 격”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수면 위로 드러난 문제점을 제때 고치지 않으면 앞으로도 그 피해는 농가에 전가될 것”이라며 “이번 결과를 토대로 방역대책을 보완해 축산차량을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조사위도 특별방역대책기간 중 축산차량의 차단방역 강화를 주문했다. 아울러 ▲백신 접종 철저 ▲초동대응 강화를 위한 지방자치단체의 역학조사 조직 확보 등도 권고했다.
방역당국은 이달말쯤 돼지에 맞힐 구제역 백신에 A형을 추가하고, 축산차량의 차단방역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방역 개선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